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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 아버지
신문에 난 이름 석자 때문에 아버지 셔츠바람으로 신새벽을 달려오셨다 무사하구나 이놈아 고래 심줄 같은 핏줄기로 와락 껴안으시는 아버지 간밤엔 뜬눈으로 지새우셨다는 한결 더 패이신 칠순 가까운 눈자위에 새벽 이슬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萍 문학세계사, 1988
허형만 시인 / 아픔을 위하여
오늘도 동문회가 끝나고 우리는 매월 그랬듯이 회장댁에서 화투를 쳤다
끗발이 안 오르면 하나님은 삼봉도 안 치나요 소리 소릴 질렀고
조이던 화툿장 모서리에 손바닥이 아릴 즈음 망연히 혼자 기다릴 아내 때문에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곤 했다
한켠에 차려진 술잔을 기울며 이 풍진 세상 그래도 세월은 가는데 아깝다 금쪽 같다 피마름이여
동트는 새벽은 가깝고 두 손 모아 무릎 꿇어 화투치며 비로소 새로이 깨닫는 것은 뜨거운 희망이었다 든든한 꿈이었다 이 시대의 우리네 아픔을 위하여.
萍 문학세계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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