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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시인 / 어머니의 자정
뇌수의 어디쯤 명주실 같은 혈관이 막혔을까 세롤 주사를 빼고 틀니 한 짝도 빼버리고 혼수에 빠져버린 뇌혈전의 어머니
비가 내리고 시멘트 같은 침묵 속의 10병동 유리창 밖 저 아래엔 도시의 악령이 울긋불긋 소리없이 웃고 있는 밤은 깊은데
내 첫아이를 업고 잠덧을 달래주던 골목길에서 듣던 그 개구리 울음 소리를 어머니는 찾아가고 있을까 너 하나 장가 보내고 죽을란다
그런 십여년 전의 과거를 어머니는 혼자서 찾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쌀 닷 되만큼 무거운 손주딸의 책가방을 들어주기 위해 이 깊은 밤 마중나가고 있을까 김정식 선생님 응급실로 황영기 선생님 9층 A동으로 잿빛 수은의 목소리가 병실 문틈으로 떨어진다 아무도 없는 병동 복도에 떨어진다.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 여름 안부(安否)
신문을 읽는다 궁금한 소식 더욱 궁금함
최고 기온 삼십 사 도 엿새째 퍼지르고 앉아버린 북태평양 고기압
공설운동장 건너편 산허리를 깎아내리는 공사장 황토빛 단층이 선연히 드러났다
문득 떠오르는 친구 직장을 그만둔 중년의 친구 해리 벨라폰테를 좋아했었는데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 뒤 아무 소식 없음.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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