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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인수 시인 / 침실이라는 우주여행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9.

장인수 시인 / 침실이라는 우주여행

 

 

  아내와

  침실에 누워있으면

  어느 날은

  몸도 영혼도 아닌

  우주의 다른 에너지가

  둘 사이에 흐른다

  아내의 몸에는

  문도 없고

  출렁임도 없는

  암흑물질

  부부로 만나서

  몇 시간 전

  닭도리탕을 함께 먹고

  뜨거운 커피를 앞에 두고

  고독의 혀를 적시고

  영혼의 입술에 닿았던 사이

  입술을 연다

  부부가 아닌 생명체로 만나고

  어느 때는

  모래알로 서로를 부비거나

  지구와 달의 관계처럼

  인력이 존재하고

  끌어당기지만

  운행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사이

  어느 때는

  손길로

  꿈결로

  서로의 내부를 들여다보지만

  밤은 쓸쓸히 깊어만 가다가

  서로의 가슴을 찾는다

  한 몸처럼 가깝다가

  어느 날은

  남남처럼 멀다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몸의 고유 영역은

  먼 우주를 향한 이끌림

  밤의 탐닉

  불끈 솟아오른

  성기는

  긴 꼬리의 혜성

  우주여행을 떠나는

  너와 나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0월호 발표

 

 


 

장인수 시인

1968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유리창』(문학세계사, 2006)과 『온순한 뿔』(황금알, 2009)이 있음.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