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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시인 / 사이의 관극 ―관계에 대한 고집
앞자락에서 떨어진 소년을 화분에 묻고 지루한 겨울 일기를 쓰는 사이, 소녀가 세트에서 치워졌습니다 관객이 소녀의 행방과 소년의 행동에 몰두하는 사이, 우리는 무대를 광이 나게 닦고 조명을 둘러보고 새로운 소품들을 주문하였습니다 소년이 테라스에 띄엄띄엄 배치되는 사이, 관객은 눈을 비비고 소녀가 눈곱처럼 날아갔습니다 우연처럼 혹은 각본처럼 우리가 살풋 잠이 든 사이, 무대 밖으로 수거된 소년과 소녀의
미끈한 오토바이와 희미한 발자국 사이 소품들을 실은 계절이 행렬처럼 지나갔습니다 소독차 꽁무니를 따르듯 나비 떼를 나르는 트럭을 좇는 꼬마들과 돋보기안경을 쓰고 난롯가에서 책을 읽는 노인들 사이 우리는 훔친 소년의 나침반과 소녀의 풀린 스웨터 한 올을 잡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나무토막 뼈마디와 뼈마디 사이 끝이 없는 실들이 우리의 손목에서 실패를 풀었습니다 간혹 관객으로 변장을 하고 객석을 빠져나온 마리오네트가 광장의 끝페이지와 첫 페이지 사이 인파에 절여놓은 소년과 소녀를 손질하였습니다
배달된 나비 떼가 가루비누처럼 날리는 사이, 잠에서 깬 우리가 기다리는 무대와 텅 빈 객석 사이 뒤죽박죽 엉킨 세탁물처럼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우연처럼 혹은 각본처럼 우리는 조용히 불을 껐고 무대가 어두워지는사이, 막이 오르자 웅성거리는 관객들 사이 팝콘처럼 조명이 켜졌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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