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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경덕 시인 / 골목 끄트머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0.

마경덕 시인 / 골목 끄트머리

 

 

골목 끄트머리 오이꼭다리 같은 여자, 유리문을 반쯤 열고 쩌억 하품을 합니다. 캄캄한 목구멍이 터널 같습니다. 조글조글 마른입이 붉습니다. 대낮에도 홍등이 피는 골목. 헐값에 영혼을 팔러온 늙은 사내가 시든 꽃을 사기도 합니다.     늘 끌탕인 여자, 밀리고 밀려 막다른 골목이 된 여자, 움을 틔운 씨앗들이 뽑혀지고 온몸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일찍이 도시로 흘러와 사막이 된 여자,  쿨럭 쿨럭 기침을 하는 쓰디쓴 목에서 혓바늘 같은 추억이 쏟아집니다. 역전 불빛이 보이는 골목, 변심한 애인처럼 아득히 기적소리 멀어지고 모래바람 부는 도시의 사막을 목마른 사내들이 건너갑니다.    붉은 등 아래 몇 장의 지폐가 오가는 골목, 시끄럽고 고요합니다. 숨 막히는 은밀한 고요 속에 여자는 한 장의 풍경일 뿐입니다. 함부로 읽고 버린 하루가 펄렁 한 페이지 넘어갑니다. 수년 전 가출한 내 이모 같은, 그 여자 하염없습니다.

 

 


 

 

마경덕 시인 / 바늘쌈지 두릅나무

 

 

  골짜기에 숨은 두릅 한 그루

  봄을 따라온 발자국 소리에

  흠칫,

  마른 침을 삼킨다

 

  머리 꼭지

  달랑

  이파리 한 장

 

  손 탈라 온몸 꼭꼭

  바늘 열 쌈

 

  본적 없는

  제 몸 깊이 숨은 꽃

  머리에 꽂고 싶은

가시막대기

 

  민머리

  민머리에 새순 돋았다

 

  불안함이 가시를 키웠다

 

계간 『정인문학』 2006년 여름호 발표

 

 


 

 

마경덕 시인

1954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신발論』 (문학의전당, 200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