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유안진 시인 / 사리(舍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0.

유안진 시인 / 사리(舍利)

 

 

가려주고

숨겨주던

이 살을 태우면

 

그 이름만 남을거야

온몸에 옹이 맺힌

그대 이름만

 

차마

소리쳐 못 불렀고

또 못 삭여낸

 

조개살에 깊이 박힌

흑진주처럼

 

아아 고승(高僧)의

사리(舍利)처럼 남을거야

내 죽은 다음에는.

 

달빛에 젖은 가락, 예전사, 1985

 

 


 

 

유안진 시인 / 서리꽃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日記)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의

시(詩)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날개옷, 문학예술사, 1981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사대 및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고,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8) 『축복을 웃도는 것』(1994) 등과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4) 등의 작품이 있음.

그밖에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1987) 등 다수의 전공저서와 논문을 상재.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현재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