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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꽃향은 두고 마늘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신(神)에게 다가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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