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대흠 시인 / 사계리 발자국 화석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1.

이대흠 시인 / 사계리 발자국 화석

 

 

  다녀가셨군요 당신

 

  당신이 오지 않는다고

  달만 보며 지낸 밤이 얼마였는데

  당신이 다녀간 흔적이

  이렇게 선명히 남아있다니요

 

  물방울이 바위에 닿듯

  당신은 투명한 마음 발자국을 남기었으니

  그 발자국 몇 번이나 찍혔기에

  화석이 되었을까요

 

  다녀갈 때마다 당신은 또 얼마나 울었을까요

  아파서 말을 잃은 당신

  눈이 멀도록 그저 바라다보기만 하였을 당신

  몹쓸 바람 모슬포 바람에 당신 귀는

  또 얼마나 쇠었을까요

 

  사랑이 깊어지면 말을 잃는 법이라고

  마음 벼랑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를 데려와

  당신의 발자국 위에 세워봅니다

 

  소금 간 들어 썩지 않을 그리움

  입 잃고 눈 먼 사랑 하나

  당신이 남긴 발자국에 새겨봅니다

 

  다녀가셨군요 당신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이대흠 시인

1968년 전남 장흥 만손리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의 시를 발표하여  작품활동을 시작.  '현대시 동인상'과 1999년 소설 「있었다 있다」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 시집으로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창작과비평사, 1997)와  『상처가 나를 살린다』(현대문학북스, 2000), 『귀가 서럽다』(창비, 2010) 가 있음.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