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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시인 / 빵 위에 쓴 글씨
우리는 빵 위에 촛불을 꽂았네 우리는 글자 위에 촛불을 켰네 글자는 금세 환해지고 빵은 금세 환해지고 우리는 글자가 새겨진 빵 주위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고깔모자를 쓴 아이는 후, 입김을 불었네 우리는 축 생일을 자르고 우리는 축 개업을 자르고 우리는 축 발간을 잘라 한 조각씩 나눠 먹었네 우리는 빵 위에 새겨진 글자를 나눠 먹었네 축 생일이 잘려지고 축 개업이 잘려지고 축 발간이 잘려지고 빵 위에 새긴 글자들은 잘리어졌네 빵 위에 글자를 새기는 건 나빠, 좋아? 대답이 필요 없는 모임이 끝나고 우리는 글자처럼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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