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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 형님
아우야 너는 모른다 너는 몰라 밤이면 밤마다 꿈길 삼백 리 훠어이 훠어이 내 고향 찾아 맨발로 가슴 풀고 달리는 심정 흙범벅 뒤엄범벅 함께 뒹굴던 문전 옥답 빼앗긴 지 어언 십여년 경기도로 강원도로 다시 전라도 공사판 골방에서 새우잠 자도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고향 찾아 가는 꿈이 제일 달더라 쓸만한 놈 다 떠나간 고향이지만 성만이도 길만이도 다 떠난 고향이지만 봉화산 안산재엔 소울음 가득 할아버지 누워 계신 뒷산엔 진달래 만발 어서 오라 반기던 꿈이 제일 달더라 아우야 너는 모른다 너는 몰라 타향살이 공사판에 어언 십여년 그래도 유정한 게 흙뿐이라 우리같은 뚝심 센 촌놈이야 흙냄새 풀냄새가 제일 그리워 이 밤도 주막집 막걸리 맛만은 못하지만은 쇠주 한잔에 타는 목을 적시는구나.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허형만 시인 / 훈민정음을 다시 읽으며
우리 모두 깨어나자 조선의 풀들이여 사랑이여 우린 너무 춥구나 팔월이라 뙤약볕도 우리네 발뿌리까지는 뎁히지 못하는구나 돌과 돌 사이에서도 넉넉한 안식처로 알고 뻗어왔거니 향토의 향긋한 내음 꿀물처럼 달콤한 강줄기 그 속에 우리는 생명의 씨를 뿌려왔는데 사랑이여 사랑이여 우린 여지껏 새벽의 긴 터널도 못 빠져 나오고 노령산맥 칡덩쿨로 얽히어 눈먼 태양만 바래왔구나 아직도 우리는 어린 백성 청보리만한 오기도 쑥대만한 핏줄도 청청하늘 가르는 번개만도 못하고 아직도 우리는 어여쁜 백성 오 사랑이여 우린 너무 떨리는구나 사나운 바람의 위협 앞에 숨도 크게 못 쉬는 사랑이여 사랑이여 우린 그 무슨 역사로도 가리울 수 없는 누우런 벌거숭이 어둠 속에서 질펀하게 퍼질러진 우리네 피눈물 우리네 피고름 사랑이여 우린 너무 가냘프구나 우리 모두 깨어나자 조선의 풀들이여.
萍 문학세계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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