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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겨울소년
별들에게 껌을 팔았다 지게꾼들이 지게 위에 앉아 떨고 있는 서울역에서 서부역으로 가는 육교 위 차가운 수은등 불빛이 선로 위에 빛나는 겨울밤 라면에 말은 늦은 저녁밥을 얻어먹고 양동에서 나온 소년 수색으로 가는 밤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별들에게 껌을 팔았다 밤늦도록 봉래극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중림동 성당의 종소리를 듣는 겨울소년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정호승 시인 / 구두 닦는 소년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담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담는다. 이 세상 별들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비평사,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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