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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해람 시인 / 플라잉낚시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7.

박해람 시인 / 플라잉낚시

 

 

  궤적을 갖고 논다

 

  물살은 흐르다

  여울로 회기回期한다.

 

  찌통을 열면 지난가을 채비해둔 새의 조마조마한 깃털로 만든

  곤충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무지개송어는 한마디 말처럼 헤엄친다.

 

  이정도 물살이면

  물고 물리는 일이 벌어진다.

  지루한 물살, 이곳은 송어들의 식민지

  초장은 한여름 맛이고

  스프링을 달고 삐걱거리는 물살은 질기다

 

  강들은 죄다 내리막이고

  물소리들은 오르막이다

 

  천만에,

  한마디 궤적 속으로 숨는 새

  새는 아무리 세게 발음해도 새

  나무들이 풀쩍 뛰어올라 새들을 물고

  첫 번째 가지로 돌아가는

  미끼들이 날아다니는 물가

  흐르는 물살에 물린 무릎

  안간힘을 쓰는 물살은 무릎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휘청거리는 무릎,

  송어들은 춤추는 것들을 잡아먹는다.

 

  매듭진 곤충들

  새의 깃털로 만든 날벌레로 진짜 송어를 잡는다.

  물살은 부서지다 여울에서 산란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박해람 시인

1968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랜덤하우스중앙, 2006)와 『백 리를 기다리는 말』(민음사, 2015)이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