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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 문(門) 1
하루에도 수십 개의 문(門)을 드나든다. 나의 손으로 열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것.
그 끝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걷는 길에 닫혀 있는 수만 개의 문(門)을 내 손으로 밀어 열어야 한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신달자 시인 / 문 2
문(門)을 손질한다. 1센티미터의 먼지를 털어내고 물을 길어 닦아 낸다.
문고리에 이름 모를 들꽃 하나 피어 있다.
두고 두고 나의 정점(頂點)을 탐색하며 방치 해 둔 저 어둠속의 문(門)
아기엄마가 되면서 주저앉은 내 마음만 문고리에 꽃으로 피었다.
오늘도 문(門)은 내 가까이에 있다.
모든 것은 잠들고 나 혼자 눈 떠 있을 때 문(門)은 바로 내 앞에 서 있다.
망설이면서 십년쯤이 지나고 먼지가 쌓이고 문고리는 붉게 녹슬었다.
문고리에 붉은 꽃이 오늘 다시 나를 깨운다.
조용히 앉아 있는 내 가슴 한쪽에서 먼지 터는 소리 들리고 있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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