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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달자 시인 / 문(門) 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7.

신달자 시인 / 문(門) 1

 

 

하루에도 수십 개의 문(門)을 드나든다.

나의 손으로 열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것.

 

그 끝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걷는 길에 닫혀 있는

수만 개의 문(門)을

내 손으로 밀어 열어야 한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신달자 시인 / 문 2

 

 

문(門)을 손질한다.

1센티미터의 먼지를 털어내고

물을 길어 닦아 낸다.

 

문고리에 이름 모를

들꽃 하나 피어 있다.

 

두고 두고 나의 정점(頂點)을 탐색하며

방치 해 둔

저 어둠속의 문(門)

 

아기엄마가 되면서 주저앉은

내 마음만

문고리에 꽃으로 피었다.

 

오늘도

문(門)은

내 가까이에 있다.

 

모든 것은 잠들고

나 혼자 눈 떠 있을 때

문(門)은 바로 내 앞에 서 있다.

 

망설이면서 십년쯤이 지나고

먼지가 쌓이고

문고리는 붉게 녹슬었다.

 

문고리에 붉은 꽃이

오늘 다시 나를 깨운다.

 

조용히 앉아 있는

내 가슴 한쪽에서

먼지 터는 소리 들리고 있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신달자(愼達子, 1943~ ) 시인

경남 거창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72년 《현대문학》을 통해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봉헌문자』, 『겨울축제』, 『모순의 방』, 『시간과의 동행』, 『아버지의 빛』, 『아가』, 『아버지의 빛』 등과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외에 산문집 『백치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등이 있음.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1998년 '향문화대상, 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