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대 시인 / 체 게바라 만세
희미하게 그대의 얼굴이 보일 정도면 된다 천창을 통해 별빛들이 쏟아지면 된다 선반에 쌓여있는 약간의 먼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자 술을 마시는 날들을 위해 뜨거운 국물을 끓여낼 수 있으면 된다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금방 공기가 맑아지는 히말라야 근처면 된다 다락방 위에는 청색 하늘 다락방 아래엔 끝없는 대지 다락방 곁으론 날마다 그대 맑은 숨결 같은 바람이 불면 된다 사랑하는 그대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면 된다 당나귀, 굳이 차마고도를 지나오지 않았더라도 된다 일주일에 한번 당나귀에 실은 물품이 당도하면 된다 당나귀, 폭설에 길이 끊겨 설령 한 달을 오지 못한다 해도 고독과 함께 그대만 있으면 된다 삐걱거리는 계단이 있고 계단 위엔 다락방 카페가 있고 다락방 카페엔 의자와 탁자가 있으면 된다 한 달 내내 눈이 내려 세상의 길이란 길들 모조리 막힌다 해도 뭐든지 함께 하고 싶어지는 그대만 있으면 된다 약간의 식량과 술과 담배만 있으면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으면 된다 두툼한 스웨터만 입을 수 있으면 된다 조명은 희미해도 된다 별빛이 쏟아지면 된다 히말라야 근처면 된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승호 시인 / 마을 외 1편 (0) | 2020.01.17 |
|---|---|
| 최하림 시인 / 겨울의 사랑 외 1편 (0) | 2020.01.17 |
| 신달자 시인 / 문(門) 1 외 1편 (0) | 2020.01.17 |
| 정호승 시인 / 눈물꽃 외 1편 (0) | 2020.01.17 |
| 박해람 시인 / 플라잉낚시 (0) | 2020.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