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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 / 마을
나비처럼 소풍 가고 싶다 나비처럼 소풍 가고 싶다 그렇게 시를 쓰는 아이와 펑화로운 사람은 소풍을 가고 큰 공을 굴리는 운동회날 코방아를 찧고 다시 뛰어 가는 아이에게 펑화로운 사람을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산사태는 왜 한밤중에 골짜기 집들을 뭉개 버리는가 곰은 왜 마을을 습격하고 산불은 왜 마을 가까운 산들까지 번져 오는가 한밤중에 횃불을 드는 마을의 소리 한밤중에 웅성거리는 마을의 소리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마을에서 온몸에 가시바늘을 키운다 평화로운 사람은 문을 걸고 잠 속에서도 곰에게 쫓길 것이다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집에서 돌담을 높이 쌓는다 평화로운 사람은 한숨을 쉬고 문풍지 우는 긴 겨울밤엔 장자(莊子)를 읽으리라
灼晩 미래사, 1991
최승호 시인 / 몸
끙끙 앓는 하나님 누구보다도 당신이 불쌍합니다 우리가 암덩어리가 아니어야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피둥피둥 회충떼처럼 불어나며 이리저리 힘차게 회오리치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벌건 욕망들
灼晩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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