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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용하 시인 / 커피와 담배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7.

박용하 시인 / 커피와 담배

 

 

  호흡은 지금의 일

 

  교회에 가고 절에 가고 학원에 가고

  헬스클럽에 가는 자들을 이해하지는 않는다

 

  오늘에 중독된 나의 하루

  지금뿐인 삶

 

  종교에 기대고

  이데올로기에 기대는 사람들을 뭐라 하지는 않는다

  티브에 엎어지고 신문에 자빠지는 자들을 뭐라 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엔 기댈 게 자기 자신뿐인 자들이 있다

  자기 자신이 종교이고 구원인 자들

 

  나를 염원하는 자들

 

  담배를 꼬나물고

  커피도 모자라

  알코올에 드러눕는 자들

 

  오늘은 오늘의 입

 

  내일은 내일이 되어야 내일이고

  역사는 지금 이 순간의 역사

 

  담배 한 개비에 기대고

  커피 한 잔에 흐뭇해하는 자들

 

  웃기지 않는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몸이 더 원하는 사태를

 

  나는 그들의 이중생활을 뭐라 하지는 않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8월호 발표

 

 


 

박용하 시인

1963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1989년 《문예중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見者』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