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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 사랑
약한자에게는 그대 마을이 크게 보인다 들판에는 한줄기 해가 기울고 외로운 사람 들판을 내려다본다 어둠에 찔려 비명 지르는 들을 벗어나 걸어서 그대 마을에 당도하리라
길고 짧은 불빛 드러내는 낯선 땅 불빛처럼 찬란한 그대의 심장 깊이 깊이 잠시, 긴 창(槍)을 꽂는다
땅위에 피투성이 그대 뼈가루가 튀어 오른다 마을 문턱까지 튀어 오른다 눈 부릅뜨고 미친 내가 튀어 오른다 약한 자에게는 그대 마을이 크게 보인다.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천양희 시인 / 산을 오르며
낮은 데서 바라보면 누가 저같이 높이 서고 싶지 않으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오르다보면 산꼭대기 제일 작은 꽃보다 더 작은 우리
높이 더 높이 서기 위해 얼마나 쓰러지고 일어났던가 높이높이 서서 거기 무엇을 남기려는가
산 가운데 사람소리 들리지 않고 메아리만 저혼자 되돌아온다
우리도 어차피 제자리로 올 것이지만 세상은 언제나 산꼭대기에 높이 선 사람의 편 엉거주춤 산 밑의 많은 사람들
나날이 오르면서 오르지 못하면서 여기 슬픔만 지고 와서 내다 버린다.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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