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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천양희 시인 / 여름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1.

천양희 시인 / 여름날

 

 

모든 꿈이 폭발하는 소리

소리칠 때까지

하나씩 들으며, 들어버리며

미친 마음 때문에

망아지처럼 뛰고 싶어

상냥한 자유

상냥한 섬에 닿고 싶어

 

섬을 겨냥하는 푸른 총구

폭발하는 소리

더 세게 더 크게

초록빛이 쏟아진다

갈증난 열망

뜨거운 머리 네게 처박고

벼락같이 꽝꽝꽝 깨어지고 싶어

치명적인 배반을 하고 싶어.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천양희 시인 / 위하여

 

 

웃는 아침을 위하여

나팔 꽃이 피면 안되나

나팔꽃은 아침을 위하여

웃으면 안되나

아침이 나팔꽃을 위하여

있으면 안되나

 

아침에게는 나팔꽃도 희망이고

나팔꽃에게는 아침도

희망이니까

 

우리가 만났다 헤어지는 날에도

너를 위하여

내가 웃으면 안되나

나를 위하여

너가 웃으면 안되나

 

나에게는 너가 희망이고

너에게는 내가

희망이니까

 

보아라

우리는 우리의 희망이 필요하다.

 

사람 그리운 도시에, 나남, 1988

 

 


 

천양희(千良姬) 시인

1942년 부산에서 출생. 1966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