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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숙자는 남편이 야속해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3.

황지우 시인 / 숙자는 남편이 야속해

 

 

길중은 밤늦게 돌아온 숙자

에게 핀잔을 주는데, 숙자는

하루 종일 고생한 수고도 몰

라주는 남편이 야속해 화가

났다. 혜옥은 조카 창연이

은미를 따르는 것을 보고 명

섭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

누게 된다. 이모는 명섭과

은미의 초라한 생활이 안스

러워…….

 

어느 날 나는 친구집엘 놀러

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

나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친구 누나의 벌어진 가랭이

를 보자 나는 자지가 꼴렸다.

그래서 나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황지우 시인 / 쉬어 가는 곳

 

 

내가 여름 나라 아래 당도하니

식영정(息影亭) 온 채가

저 아래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노인들이 큰 나무 수령(樹齡) 아래에서

배꼽을 내놓고

손으로 부채질한다

 

멀리 무등산 동쪽 산록이

군용 담요를 뒤집어 씌워 놓은 듯

한낮 햇살 받아 더욱더 녹록(綠綠)하다

 

모든 길은 노인만이 안다

금곡(金谷)으로 들어가는 버스 이정표

코카콜라 간판 아래

이따만한 웬 누렁 개 한마리가

섬찌ㅅ하게 홀로 앉아 있다

 

너 이노오옴!

헛것이 수작을 부리다니!

돌멩이가 한여름의 으스스한 정물(靜物)을

깨겡껭, 깨뜨려 놓는다

 

녹은 아스팔트에 발자욱 남기며

헛것이 쩔뚝쩔뚝 사라진다

 

都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1

 

 


 

 

황지우 시인 / 심인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 - 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