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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귀양살이 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3.

나태주 시인 / 귀양살이 1

 

 

푸른 산이나 바라보아라.

푸른 솔바람 소리나 들어 보아라.

어디 머물어 살든지

쓸쓸하기는 마찬가지,

가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가까운 사람 멀고

먼 사람 더욱 가깝고

청하지도 않은 헛된 봄이

가슴 속에 손을 내밀려 한다.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1

 

 

겨울이 오기도 전에 나는

한 계집애를 사랑했습니다

하나도 이쁠 것도

잘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계집애를

하느님 허락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어쩌다 어쩌다 그리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아시면 분명

좋아하시지 않을 일이라서

겁이 났습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을이 가기도 전에 나는

하느님 나라에서

별 하나를 훔쳤습니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