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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호승 시인 / 새벽편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3.

정호승 시인 / 새벽편지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새벽편지, 민음사, 1987

 

 


 

 

정호승 시인 / 산성비를 맞으며

 

 

산성비를 맞으며

모란이 핀다

 

오늘도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해가 저문다

 

슬픈 까마귀는 날아서

어디로 가나

 

살아가는 분노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드디어 사라지지 않는 분노를 위하여

 

산성비를 맞으며 피어나는

모란을 바라보며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

혼자 밥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새벽편지, 민음사, 1987

 

 


 

 

정호승 시인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이,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등이, 산문집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