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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새벽편지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새벽편지, 민음사, 1987
정호승 시인 / 산성비를 맞으며
산성비를 맞으며 모란이 핀다
오늘도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해가 저문다
슬픈 까마귀는 날아서 어디로 가나
살아가는 분노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드디어 사라지지 않는 분노를 위하여
산성비를 맞으며 피어나는 모란을 바라보며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 혼자 밥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새벽편지, 민음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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