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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인숙 시인 / 에스컬레이터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3.

김인숙 시인  / 에스컬레이터

 

 

저 속에 수천 미터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가

한 종(種)의 존재들이 순환하는

무한궤도 혹은

뫼비우스의 띠를 밟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사람들

 

이 느릿한 질주는 어디서 오는가

돌고 도는 시간의 단면을

그저 가는 것으로만 탕진하는

이 지나친 배려의 전진

 

비행운을 따라가듯

허공을 회전하듯

한 마디씩 사라지는 뱀의 비늘들

 

풀숲으로 사라지던 뱀의

검은 실루엣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던 일처럼

뱀의 똬리가 발목에 휘감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혀

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앞으로 사라지는 레일 위에 서서

묵묵히 간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8월호 발표

 

 


 

김인숙 시인

2012년 月刊 《現代詩學》 신인작품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2017년 季刊 《시와세계》 평론상 수상으로 평론가 등단. 제 6회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수상. 제 7회 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