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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기도 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5.

나태주 시인 / 기도 1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나태주 시인 / 드라이 플라워

 

 

음악다방 귀퉁이에

물 없는 항아리에

꽂혀 있는 마른꽃 한 다발

 

한때는 그 꽃을 보고서도

아름답다 말한 적이

있었지

 

한때는 이 거리가

환희의 거리 불빛의 거리일 때도

있었지

 

그러나 지금 내 마음엔 불이 꺼지고

네가 앉아 있던 자리엔

모르는 얼굴이 앉고

 

음악다방 귀퉁이에

물 없는 항아리에

꽂혀 있는 마른꽃 한 다발

 

한때는 이 자리가

기쁨의 자리 만남의 자리일 때도

있었지.

 

딸을 위하여, 대교, 1990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