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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어디로 가면 개마고원이 나오는 거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5.

황지우 시인 / 어디로 가면 개마고원이 나오는 거유?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미 국방성의 한 비밀보고서에 의하면 미군은 태평양지역에 21개의 핵지뢰(ADM)를 보유하고있는데 대부분이 한국의 비무장지대 일대에 배치되어 있다고 3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게재된 `잭앤더슨' 칼럼이 주장했다.

 

"자 봐라. 우리는 이런 것도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말없이 듣는다, 침묵의 고성방가(高聲放歌).

 

그대는 사랑의 50가지 유언비어(流言蜚語)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나?

 

광화문 지하도에서 웬 실성한 여자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

 

어디로 가면 개마고원이 나오는 거유?

 

어머니, 전 영세민의 아들입니다.

 

버섯구름 낀 서울을 떠날 수도 없어요.

 

우리는 이산가족이어요. 빤히 보이는 거리를 두고

 

해골이 되는 50가지의 길.

 

나는 너다, 문학과지성사, 1987

 

 


 

 

황지우 시인 / 어머니

 

 

저를 이, 시간 속으로 들여넣어주시고

당신을 생각하면 늘, 시간이 없던 분

 

틀니를 하시느라

치과에 다녀오신 직후의,

이를 몽땅 뺀

시간의 끔찍한 모습

 

당신은 그 모습이 미안하시었던지

자꾸 나를 피하시었으나

아니, 우리 어머니가 저리 되시다니!

목구멍에까지 차오른 술처럼

넘치려는 시간이 컥, 눈물 되네

 

안방에서 당신은 거울을 피하시고

나는 눈물을 안 보이려고 등을 돌리고

흑백 텔레비전 시절 어느 연속극에서

최불암씨가 늙으신 어머니를 등에 업고

"어머니, 왜 이리 가벼워지셨어요?" 하고

역정내듯 말할 때도 바보같이

막 울어버린 적 있지

 

저에게 이, 시간을 주시었으되

저와 함께 어느덧

시간이 있는 분

아직은 저와 당신, 은밀한 것이 있어

아내 몰래 더 드리는 용돈에 대하여

당신 스스로 제 앞에서 애써 기뻐하시지만

그러니까, 아직은 시간이 좀 있을까

 

연립주택 붉은 벽돌벽에 그늘을 옮기는 흰 목련,

그 테두리를 저는 오래오래 보고 있어요

 

현대문학, 1991.5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