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선우 시인 / 반짝임에 대하여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5.

김선우 시인 / 반짝임에 대하여

 

 

  순천만 겨울 갈대숲 바람 속에 웅성거린다

  가녀린 몸집의 도요새떼

  갈대숲 가장자리 차가운 진펄에 내려서서

  바람의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뼝대처럼 펼쳐진 북풍의 정면,

  사소한 신음 한 줄기 새나오지 않는

  민물도요 고요한 얼굴들

  조그만 한 뼘 키에 三生을 눌러 앉힌

  면벽 나한들 같다

 

  바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오래 기다려온

  立禪의 새떼 마침내 날아오른다

  모든 각도에서 낱낱이 다르게 반짝이는

  정면을 기억하는 측면의 날갯짓들,

  순천만 한 허공이 갈꽃무리처럼 반짝인다

 

  저마다 다른 음역으로 바람을 허밍 하는

  갈대의 꿈을 부리에 물고

  모두 다 다르게 읽은 바람의 마음속으로

  비상!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김선우 시인

1970년 강릉에서 출생.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작과비평사, 2000), 『도화 아래 잠들다』(창작과비평사, 2003),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2007)와 산문집『물 밑에 달이 열릴 때』(창작과비평사, 2002) , 『김선우의 사물들』(눌와, 2005) 등과 그 밖의 저서로 전래동화『바리공주』와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실천문학사, 2008)가 있음. 2004년 ‘현대문학상, 2007년 제9회  '천상병시상' 과 이육사문학상 그리고 2008년 한국여성문예원 선정 제1회  '올해의 작가상'과 제1회 시인광장 시문학상 수상. 현재 〈시힘〉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