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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시인 / 도비왈라1)
겹겹 허물을 지고 와 오늘도 강에 발을 담그네
빨랫돌이 모두 닳아 사라지지 않는 한 물의 족쇄는 벗을 수 없네
헌 옷이 날개가 될 수 있도록 돌리고 치대고 짜내다 보면 물살에 깎여 조금씩 얇아지는 뼈
널어놓은 구름이 바싹 마르는 동안 금이 간 발바닥으로 흐려진 신들의 목소리가 스미네
잘 다려진 다음 생을 위해 현생은 빼내야 할 얼룩 같은 것
물결이 흘러간 자리 또 다른 물결이 빨랫감처럼 쌓이네
물길도 정해진 계급이 있어 나의 강은 바닥으로만 흐르네
1) 빨래를 하는 사람,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의 최하 신분인 수드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취급을 받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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