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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하루 한 신들 마를 새 없이, 눈물에 한숨에 집뒤란 솔밭에 스미는 초겨울밤 솔바람 소리만치나 속절없이 속절없이…….
봄 하루 허기진 보리밭 냄새와 쑥죽 먹고 짜는 남의 집 삯베의 짓가루 냄새와 그 비린내까지가 마를 줄 몰라, 마를 줄 몰라.
대구로 시집간 딸의 얼굴이 서울서 실연하고 돌아와 울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박혀 눈에 가시처럼 박혀 남아 있는 채, 남아 있는 채로…….
이만큼 살았으면 기찬 일 아픈 일은 없으리라고 말하시는 어머니, 당신은 오늘도 울고 계시네요. 어쩌면 그렇게 웃고 계시네요.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 청하, 1987
나태주 시인 / 제비꽃
1
외할머니 따라 외갓집 가겠다고 떼쓰며 울었다, 뒤울안에 숨어서.
울다가 심심해 발밑을 보니 파아란 꽃이 웃고 있었다, 고 조그만 것이 입을 벌리고.
2
비는 산성 너머서 오고 바람도 산성 너머서 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꽃도 산성 너머서부터 피어온다고 믿었다.
3
소꿉동무도 없이 누나도 없이 토방밑에서 모시 팔러 장에 간 어머니 기다려 황토흙 마르는 냄새 배가 고플 때, 산비둘기 또한 산성 너머서 혼자 울었다.
굴뚝각시, 오상,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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