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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내 힘으로 배우고 성공하자는 구인광고 벽보판에 겨울비는 내리고 서울역을 서성대던 소년 하나 빗속을 뚫고 홀로 어디로 간다
서울역에 서서히 어둠은 내리는데 서울역전우체국 앞에도 비는 내리는데 아저씨, 어디로 가시는지 신문 한 장 사보세요, 네? 신문팔이 소녀의 목소리는 겨울비에 젖는다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서 만나던 순아 돌아갈 곳 없이 깊어가는 서울밤 사람들의 가슴마다 불이 켜지고 무작정 상경한 소녀는 비에 젖어 어느 남자 손에 이끌려 소리 없이 사라지는데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염천교 다리 아래 빈 기차는 지나가고 흔들리는 빈 기차의 흐린 불빛 하나 젖은 내 가슴을 흔들고 지나간다 여관방의 불빛도 비에 젖는데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정호승 시인 /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노래하리라 비 오는 밤마다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전쟁과 평화
인간을 위하여 인간의 꿈조차 지우는 밤이 와서 우리들 함께 자는 여관잠이 밤비에 젖고
찬비 오는 여관밤의 창문 밖으로 또다시 세월이 지나가도 사랑에는 사랑 꽃 이별에는 이별 꽃을 피우며
노래하리라 비 오는 밤마다 목마를 때 언제나 소금을 주고 배부를 때 언제나 빵을 주는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꿈과 눈물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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