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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인 / 꽃이 친척이다
오늘 시계 없는 시간이 파란 하늘로 흐를 때 뻐꾸기시계 소리가 새 달력 위로 쏟아질 때 초침이 머리칼을 지나 침대 아래로 녹아 떨어질 때 배가 새고 있어요 종잡을 수 없는 부르짖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때 절벽 위에 핀 꽃들이 경련하며 쏟아질 때
종잡을 수 없는 종다리의 노랫소리가 종잡을 수 없게 숲을 흔들어놓고 사라질 때 그 종다리 소리에 피가 뛸 때 갑자기 꽃이 혈연이라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종다리 노랫소리가 땅도 시내도 나무도 산도 쪽빛 바다 갈대숲도 다 흔들어놓을 때 저녁에 산 너머로 뚝뚝 떨어지는 해도
그래, 죽음은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가 하늘도 구름도 땅도 바람도 아카시아 라일락 향기도 혈연보다 가까운 나의 일부 꽃이 친척이다, 느껴질 때 종잡을 수 없는 죽음은 종잡을 수 없게 가까이 와 있다
계간 『시와 사상』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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