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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시인 / 도지사 관사
도지사관사는 야수가 있는 크레타왕궁처럼 황금냄새로 물들었다 마술사가 허공에서 장미꽃을 뽑아 보여주는 순간처럼 권력의 매혹이 구미호꼬리처럼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거울 밖에서 거울 안의 나를 보아라 너는 고아처럼 길을 잃었구나 마음의 어두운 환상이 내 운명을 화석처럼 굳혀 자신의 왕국에 가두려는 순간이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문틈의 비밀낙원을 보던 나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실향민 어른이 된 나에게 그 집의 냄새가 다시 불렀다 옛날의 낡은 시멘트 담이 있고 작은 개울은 복개가 되었으나 담은 여전히 높았다
옛날이 지금 같고 거기가 여기 같은 홀로그램으로 얽힌 기억의 냄새가 마음 속 잃어버렸던 정원을 보여주었다 벽 틈으로 황금과 권력의 냄새가 섞인 죽음의 향기가 계속 흘러왔다 내가 살던 옛집 터에는 가건물로 지은 창고와 이무기의 침묵 무의식의 깊고 푸른 크레타왕궁에는 아직도 배가 고픈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몸 안의 오장육부가 피 땀을 흘리며 견딘 누미노제(Numinose)의 순간에는 마음의 캄캄한 회로를 도약하는 기억의 날개가 있다 심리치료 역할극처럼 서로 자리를 바꾸는 과거와 현재가 있다 서로의 같은 모습에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무크 년간지 『데전의 시인들』201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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