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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우원호 시인 / 거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2.

우원호 시인 / 거울

ㅡ 李箱의 「거울」을 패러디함

 

 

    거울 속의 나는 진정 내가 아니라오

    내가 조정하는 그냥 로봇일 뿐이라오

 

    눈이 있긴 해도 나의 눈이 아니라오

    코가 있긴 해도 나의 코가 아니라오

    귀가 있긴 있도 나의 귀가 아니라오

    입이 있긴 해도 나의 입이 아니라오  

 

    물론, 얼굴이 있긴 해도 나의 얼굴이 아닌

    거울 속의 나는 마술사일 뿐이라오

 

    거울이 걸려있는 벽에서는 안보이니

    헤카테(Hecate)*의 농간 같소

 

    벽에 걸린 거울 속의 나를 볼 때마다

    무척이나 슬프다오  

 

    플라톤(Platon)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가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화가나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나

    헤르만 헷세 같은 시인을 꿈꿀 수도 없으니 말이오  

 

    거울 속의 나는 진정 내가 아니라오

    내가 조정하는 그냥 로봇일 뿐이라오

 

    그냥 눈으로만 보이는

    허깨비일 뿐이라오

 

* 헤카테(Hecate): 마술과 주문을 관장하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

 

 시집 『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 중에서

 

 


 

 

우원호 시인 / 에케케이리아 Ekecheiria*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부의 알페이로스강과 그라데오스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는 제우스(Zeus)의 성지, 올림피아(Olympia)!

이미 오랜 종교적인 전통으로 기원전 776년에 시작되어 4년마다 하기에 그곳 제우스의 제전시(祭典市)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로

 

높이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복싱, 레슬링, 경마, 4두마차 전차경주,

무장경주 등의 경기종목에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소아시아, 북아프리카, 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지국가들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멈추고 참가했다

 

레슬링 경기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던

대철학자 플라톤(Platon)

 

그는

창백한 인텔리가 아니었다

 

당시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모두

전라(全裸)로 시합하여

 

에케케이리아(Ekecheiria)

정신으로

 

빈부의 격차도

이데올로기(Ideologie)도

 

적대감도

모두 초월했다

 

오늘날에 전인류의

평화의 제전(祭典)이 된 올림픽 게임(Olympic Games)

 

올림픽의 정신이여,

영원(永遠)하라!

 

*에케케이리아 Ekecheiria : 그리스어로 신성한 휴전. '올림픽 기간에는 모든 신들도 전쟁을 하지 말자'라는 의미.

 

계간 『미네르바』 2016년 겨울호 발표

 

 


 

우원호(禹原浩) 시인

1954년 서울에서 출생. 1983년 육군 중위 예편. 2001년 월간 <문학21> 시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 시집으로『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주간 역임. 현재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