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호남의수족관(湖南義手足館)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2.

황지우 시인 / 호남의수족관(湖南義手足館)

 

 

점심 시간에 몰려나와 개고기를 먹는

뻘뻘,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가면서

저 뜨거운 불성(佛性)을 우그작우그작 먹어치우는

빤들빤들한 건강체(健康體)들이 내 눈에는, 허깨비 같다

 

허깨비 같다, 훅 불면 바슬바슬

진흙먼지 흩어지는

몸의 일부들이

 

전남대학(全南大學) 대학병원(大學病院) 로터리 한켠

호남의수족관(湖南義手足館) 유리 진열대에 놓여 있다

 

볼트로 관절을 연결한 플라스틱 다리들, 팔뚝들

그리고 자잘한 손금이며 퍼런 실핏줄하며

분홍빛 손톱의 흰 초승달까지

영락없이 `살아 있는' 사람 손 같은 살색 고무손,

 

전생대(前生代) 얼음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저기, 아직도 구멍 흔적이 남은 대학병원 붉은벽돌 앞

히말라야 소나무를 가리킨다, 가리키는 듯하다

 

링겔병을 꽂은 채 환자가 소나무 아래

휠체어에 앉아 있다

아, 아픈 사람만이, 실감(實感)난다, 사람 같다

 

비로소 사람에 가까워지려 저렇게 끙끙거리는

푸른 세로줄 무늬 환자복이 휠체어를 밀며

히말라야산(山)으로 가고 있는 사이

또 금남로(錦南路)에 대학생들이 나타났는지

십방(十方)으로부터 길이 방사선으로 들어오는 로터리,

 

꽉, 막혀 있다

목에 쇠가시가 걸린 듯

무쇠 말들이 차선(車線)에서 클랙슨 방귀, 빵빵거리면서

헛 시간(時間)을 뀐다

 

하루하루 삶이 그저 일상(日常)이지만

삶, 바로 그것이 시간성(時間性)이기 때문에

 

축 늘어진 사람을 업고 누군가 응급실 쪽으로 뛰어가고

호남의수족관(湖南義水足館) 건너편 보신탕집 앞

르망, 스텔라 들이 금덩어리 개새끼처럼

땡볕 아래 무릎을 꿇고 있다

 

都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1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