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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 / 포란(抱卵)
한 여름 내내 마당을 밝히던 꽃나무도 꽃들을 덜구고 난 뒤, 잎들도 기진한 듯 축 늘어져 있어 다가가 보니, 잎들마다 고치처럼 말려 말라가고 있다 저것도 마름의 형식? 꽃나무 아래 떨어진 잎을 주워 펴보니 그 속에도 마른 잎인 듯, 羽化가 벗어두고 간 허물이 후줄그레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저 말린 잎들은 벌레의 산실이었던 것 알들의 방이었던 것 자신을 고치처럼 도르르 만 것은, 나뭇잎의 포란의 몸짓이었던 것
그것은 바구니에 담겨 강물을 떠내려가는 아기를 안아올리는 손길 같은 것이어서 건너편 폐가도 잠시 환해 보인다. 저 빈집은 어떤 우화가 벗어두고 간것인지
벌써 가을이 와, 자신의 떨어질 때를 알아 그 잎으로 한 생의 집이 되어 준다면 배추나방 같은, 보잘 것 없는 것의 비가림막이라도 되어 준다면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 마름이- 落下가- 허물이-
그 말라가는 힘으로, 알의 침실이 되어 주기 위해 잎주먹을 꼬옥 쥐었다면 물결주름 도르르 말린 잎으로, 촛불의 심지라도 돋우었다면
이 가을을 潤落의 계절이 아니라 포란의 계절로 만들었다면
계간 『시작』 200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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