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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하림 시인 / 어둠의 노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2.

최하림 시인 / 어둠의 노래

 

 

어둠 속으로 들어가 어둠이 된 자

어둠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어둠으로 돌아가

어둠의 부피를 늘리느니

 

섬진강이나 영산강 가에서

또 금강 벌판에서

마을을 돌아보며

외쳐 부르던

영원의 길을 간 자

그 뒤를 따르고 따르던 자

 

아아 우리들의 어둠은 끝없고 끝이 없어라

하늘의 기러기도 대숲의 바람도

소리 밖에 아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한 마음으로 함께 울부짖어도

암흑은 꿈쩍 않고 더욱 차올라

암흑을 밀어내어라

 

아아 암흑 속으로 들어가

이제는 암흑이 된 자

암흑의 빛이 된 자여

한 하루도 한 생명도

새빨갛게 타올라 밤이 되면

암흑 속으로 돌아가

암흑의 부피를 늘리느니

 

우리들을 위하여, 창작과비평사, 1976

 

 


 

 

최하림 시인 / 어머니 강물

 

 

불볕의 모래 속으로 붉은 해 잠기고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날아가는 저녁이면

얼마쯤의 안식이 우리 곁으로 와

우리 심신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고통, 고통,

본래 모습으로 어머니 강물이 흘러갔다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검은 강물이

언덕과 마을을 스쳐

깊은 침묵으로

침묵으로……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문학과지성사, 1991

 

 


 

최하림[崔夏林,1939.3.7 ~ 2010,4.22]  시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침묵의 빛』 그리고 시전집 『최하림 시 전집』 등이 있음 그 밖에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자유인의 초상』과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을 펴냄.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 역임. 2010년 간암으로 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