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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우원호 시인 / 군자삼락(君子三樂)*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3.

우원호 시인 /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왕도(王道)를 바랐던 이천 년 전의 맹자(孟子)의 말씀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부모를 향한 효심과 형제간에 우애가 깊지 않음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삶을 버림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후학後學들 모두에게 존경尊敬받지 않는 삶을 사는 일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오늘날의 군자(君子)는 자본가로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다'라고

  역사가들이 말할 것이므로……

 

*군자삼락君子三樂: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맹자(孟子 B.C.372~B.C.289)가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에서 이른 말로 君子有三樂(군자유삼락)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

 

 계간 『주변인과 詩』 2011년 여름호 발표

 

 


 

 

우원호 시인 / 매와 포수

ㅡ독재자獨裁者의 말로末路 2

 

 

  타고난 사냥꾼인 매들의 주특기는

  고공낙하(高空落下)

 

  높은 하늘에서 빙빙 원(圓)을 그리면서 선회비행하다가도

  목표물을 발견하면 수직으로 급강하해 먹이를 낚아챈다

 

  땅 위의 들짐승과 날짐승은 물론, 강물 속의 고기들도

  녀석들의 타겟(target)!

 

  초정밀 레이다의 두 눈과

  초고속 팬텀기의 두 날개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와 두 발의 발톱은

  녀석들이 가장 자랑하는 심볼(symbol)!

 

  오늘도 위풍당당 한라산의 윗새오름 저 높푸른 창공(蒼空)을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도도하게 날고 있던 한 마리의 늙은 매ㅡ

 

  실로 오랜 세월 동안, 하늘에서 제왕(帝王)으로 군림(君臨)했던

  매이건만

 

  운명처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블랙홀을

  어찌 해서 레이다로 탐지하지 못한 걸까?

 

  죽음의 그림자가 그리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또다른 먹잇감을 찾고 있던 터다

 

  바로 그 매가 生과 死의 기로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그 무렵,

 

  천혜(天惠)의 그 일대 광활한 사냥터서 때마침 수렵(狩獵)을 하던   

  백발백중(百發百中) 사격술의 어느 한 노련한 명포수(名砲手)가

 

  정조준해 방아쇠를 잡아당긴

  한 발의 총탄(銃彈)이

 

  탕! 하는 일성(一聲)과 함께

  총구를 떠나

 

  공중을 향해 날아갔고

 

  그 단 한 발의 총탄이

  심장부에 정통으로 명중(命中)되어

 

  부지불식(不知不識) 한순간에

  지상(地上)으로 추락(墜落)!

 

  일찰나(一刹那)*에 매의 生은

  돌연 끝이 났다

 

  섬광(閃光)처럼 일찰나(一刹那)에

  놈의 기나긴 일생이 끝이 났다

 

  帝王의 말로가 한낱 열 근 남짓의 날치** 신세로 전락해

  Gun dog*** 들의 타겟이 되었다

 

  살아있는 곳이 이승이요, 죽고나면 그곳이 바로 저승이니

  이정표만 없을 뿐, 한라산과 북망산은 지척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매양 지금껏

  오로지 저 자신만의 생(生)을 위해

 

  그곳 삶의 터전에서 삶을 함께 했던

 

  들쥐들과  꿩들, 숱한 이름 모를 새들,

  새끼 노루들과 새끼 고라니들

 

  또 다른 무수히 많은 그 숱한 가련한 생명(生命)들과

  그들의 영혼(靈魂)까지 무참히도 잡아먹은

 

  그 매도

  이젠 시간의 먹이가 되어

 

  허공(虛空)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一刹那(일찰나):산스크리트의 '크샤나', 즉 순간(瞬間)의 음역으로《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권136에 따르면 1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하는 실로 아주 짧은 시간.

**날치: 사냥꾼이 총으로 쏘아 잡은 새를 일컫는 사냥용어.

** * Gun dog: 사냥꾼이 총으로 쏘아 잡은 새를 주워오도록 훈련받은 개를 일컫는 사냥용어.

 

 시집 『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 중에서

 

 


 

우원호(禹原浩) 시인

1954년 서울에서 출생. 1983년 육군 중위 예편. 2001년 월간 <문학21> 시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 시집으로『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주간 역임. 현재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