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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신용 시인 / 연(鳶)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3.

김신용 시인 / 연(鳶)

 

 

   추수도 끝낸 빈 들판에서 연을 날리는 사람을 본다

   벌판의 갈대숲 사이에서 불쑥 말을 타고 나타난 사람만큼이나, 이채롭다

   눈이, 텔레비전이나 구르는 바퀴들에만 익숙해져서 인지

   하늘을 나는 연이, 구름의 정원을 걷는 듯 유유로워 보인다

   바람의 길을 아는 이의 눈빛 같기도 하다

   한껏 바람에 부풀리며 허공 높이 날아오르는 연

   연은, 얼레에 감긴 실에 매달려 공중 높이 날고 있지만

   그 연을 날리는 사람이, 연밭에서 蓮을 심는 사람 같다

   蓮이 심겨지면, 오염된, 탁한 물도 맑게 걸러지는

   그 淨化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 밭에 발을 담그고 연을 심는 모습을 닮은

   저 연 날리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시커먼 기름에 덮인 서해 갯바위의 얼굴이 맑게 닦이는 것 같다

   공중 높이, 그 허공의 꽃처럼 피어 있는 연

   그 연(鳶)이

   꼭,

   연(蓮) 같다

 

   그 蓮이 핀, 공중의 물빛이 시리도록 맑다

 

계간 『서시』 2011년 봄호 발표

 

 


 

김신용 시인

1945년 부산에서 출생.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1집에 〈양동시편-뼉다귀집〉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1988), 『개 같은 날들의 기록』(1990), 『몽유 속을 걷다』(1998), 『환상통』(2005), 『도장골 시편』 (2007),  『바자울에 기대다』(2011), 『잉어』(2013) 등과 장편소설『달은 어디에 있나 1,2』『기계 앵무새』 (1997), ‘『달은 어디에 있나 1. 2』 <고백을 이 제목으로 재출간> (2003), 『새를 아세요?』(2014)  등이 있음.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과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상과 같은 해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주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