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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백겸 시인 / 꽃들은 시간에 창백하게 말라가네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3.

김백겸 시인 / 꽃들은 시간에 창백하게 말라가네

 

 

선교사 부인 플로렌스 크레인이 그린 들꽃 수채화와 한국말과 영문 통상명과 학명이 남도의 전설과 함께 기록된 양장본 책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1931년 도쿄에서 출판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있었다는 양장본 책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1969년 서울 가든클럽에서 복각한 한정판 5백부를 육영수가 구입해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에게 선물한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야생화 매니아 고교 동창 장원영이 인터넷을 뒤져 신림동 중고서점에서 간신히 찾아낸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누가 채 갈까봐 책값 200,000원을 얼른 지급하고 벽안의 첩을 들이는 심정으로 기다려 컬렉터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세월유전을 해서 동창의 서재에까지 도착했지만 그 다음 여정은 또 어디로 가는 운명인지 아무도 모르는 휘귀본 책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플로렌스 크레인의 이국 눈이 그린 그 옛날 꽃들은 태평양 너머 한국의 남도에서 피었다가 스러졌지만

플로렌스 크레인의 기억에 남고 수채화의 거울에 남아 그 향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꽃들-시간에 창백하게 말라가는 그림 꽃들이 압화(壓花)처럼 살아있는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

 

반년간지 『세종시마루』2019년 상반기호 발표

 

 


 

김백겸 시인

195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기호의 고고학』, 『거울아, 거울아』와 시론집  시론집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 등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主幹 역임. 현재 〈시힘〉, 〈화요문학〉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