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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철 시인 / 나선형 사랑의 구도
그러니까 나비의 날갯짓이 허리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허리케인이 나비를 낳는 것이다 가을 끄트머리에 떨어진 나비의 날개에는 허리케인의 무늬가 유전되고 있다
떨어진 나비의 날개를 만지던 손가락이 입 안으로 들어간다
처음의 사랑처럼 내가 나비의 날개를 잡은 것이 아니라 나비가 나를 잡은 것이다 너의 손바닥과 정수리에도 날개의 무늬가 있다
허리케인이 삼킨 그리스 신전(神殿)의 기둥과 푸른 나이테 아비시니안 고양이 미라와 돌가루 같은 얼굴들
남미의 원주민들이 노래를 한다 부장품들을 땅에 묻으며 깃털을 꿰어 목에 두르고 발을 구른다
나의 날개와 바다와 가을빛에 쪼개진 먼지들이 어린 허리케인을 토해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에서 밖으로 한 차례 돌고 어느 시간을 향해 날아간다 나중의 사랑처럼
계간 『시와 희곡』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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