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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시인 / 우리들의 어머니는 아직
제국주의는 관념이 아니다 독일어나 영어가 아니더라도 대우자동차 광고가 아니더라도 그것은 얼마든지 주어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살아서 움직이고 우리들의 이마빡을 후려친다 그렇다 이것은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들의 착취에 관한 것이고 우리들의 조직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아직 통속적인 고향의 눈물 콧물 속에 있고 영화 속에 있고 오락 속에 있다 우리들의 정신인 어머니는 아직 인민주의 속에 있다 어머니가 아니라 우리들의 정신이다 제국주의에 맞서면서 기차는 민족이다가, 인민이다가, 근로인민이다가 마침내 노동자 계급으로 달린다 물론 이것은 남으로 떠나는 피난열차 얘기가 아니다 천구백십몇년 고리끼의 어머니 얘기도 물론
기차에 대하여, 창작과비평사, 1990
김정환 시인 / 우리 이 투쟁과 생산의 민족해방세상에... 원제 : 우리 이 투쟁과 생산의 민족해방세상에 동지여, 그대를 깃발로 세운다
네가 이 땅에 피비린 살점으로 펄펄 살아 있었을 때 신림동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민중들의 눈물 바다였고 미국은 여전히 우리들의 삶이었고 사슬이었고 운명이었다 우리들의 행복이었고 화사한 장래였고 보금자리 목적지였다
네가 이 땅에 향기로운 한 떨기 꽃으로 살아 있었을 때 세상은 여전히 철부지로 지켜야 할 주인과 지켜줄 국민의 군대를 혼동했고 자기 편 가슴에 총구를 겨눴다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 먹고 사는 문제와 이산가족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네가 여전히 식구의 희망이고 명문 대학교 수재였을 때 미국은 여전히 힘과 장미빛 꿈의 나라였고 민중은 여전히 방향감각 없이 서로에게 살기등등했다
그날, 최저생계의 시장바닥에 최루탄이 터지고 눈물바닥에 다시 매운 눈물 바람이 휘몰아쳐 고여 있던 눈물이 커다랗게 동요할 즈음 네가 외쳤다, 불기둥으로, "반전 반핵 양키 고홈," "양키 용병 교육 전방 입소 결사 반대!"
그리고 그 불기둥은 위로 치솟다가, 남은 생의 무게로, 혼신의 힘으로 신림동 그 매운 연기와 눈물의, 최저생계의 시장바닥으로, 마침내 민중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육중한 숯 한 덩이로 새까맣게 탔다
"반전 반핵 양키 고홈," "전방 입소 결사 반대!" 외침은 숨을 거두지 않고 온 누리로 번져갔다 그리고 온 누리 반전 반핵의 함성 속에서 숨을 거둘 수 없는 네가 또한 외친다
꽃이었던 숯덩이가 미국에게, 행복에게 외친다 이것은 추락인가 이것은 비상인가 열혈육체였던 숯덩이가 미국에게, 장미빛 핵폭탄에게 외친다 이것은 폭력인가 이것은 평화인가 창백한 지식인이던 숯덩이가 미국에게, 보금자리 목적지에 외친다 절규한다 이것은 사랑인가 이것은 증오인가 이것은 정치적인가 이것은 지고지순한가
육체가 숯으로 탔을 때 민중이 불을 위해 망망대해로 굽이쳐 흐르고 넘쳤다 한 떨기 꽃이 참혹한 화상으로 숨을 거두었을 때 우리 투쟁과 생산의, 찬란한 민족해방세상의 예감이, 눈먼 사람들로 하여금 눈부셔, 차마 눈뜨게 하고 압제자로 하여금 부끄런 제 눈을 스스로 뽑게 했다 그 나라는 꽃보다 아름답고 육체보다 치열했다 민중의 빛이 환호작약하며 온 누리를 흘러 넘쳤다 민중은 짐이 아니고 벅찬 어깨였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의 장래가 아니라 추악한 과거였고 힘이 아니라 죄악이었고 한 떨기 장미가 아니라 진물고름이었다
폭력과 평화의 이분법을 부순 사람 사랑과 증오의 이분법을 부순 사람 해방세상의 예감을 이룬 사람
그는 누구인가? 아아 김세진!
추락했으되 동시에 치솟은 사람 가장 정치적이되 동시에 가장 순정했던 사람 해방세계의 예감을 이룬 사람
그는 누구인가? 아아 이재호!
아아 그날 찬란한 투쟁과 생산의, 민중해방세상의 예감 속에서 마침내 죽음조차, 외길이기를 멈추고 혁명의 어깨동무를 허락하리라 했다 마침내 미국도, 죽음도, 항복하리라 했다, 1986년 4월 28일.
분단조국 민중해방운동 44년 4월 28일 오늘, 김세진, 우리 이 투쟁과 생산의 민족해방세상을 위해 동지여, 죽은 그대를 산 자의 깃발로 세운다 이재호, 우리 이 투쟁과 생산의 민족해방세상을 위해 동지여, 죽은 그대를 산 자의 깃발로 세운다
민족해방과 함께 영원불멸하라 민족해방과 함께 영원불멸하라
우리 노동자, 동광출판사, 1989
김정환 시인 / 이제 들판을 보리라
이제 들판을 보리라 장대비 내리는 식량과, 동맹의 대지를 눈동자여 가뭄과 같이 애타는 눈동자 이제 너를 보리라 처음 보듯이 우리가 우리를, 처음 보는, 눈망울로
기차에 대하여, 창작과비평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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