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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 시인 / 개인병원(個人病院)
스피커 아래는 관절(關節)이 없는 말소리들이 거뭇하게 떨어져 있고
언덕 위 빼빼 마른 풀밭에 나와 쉬고 있는 귓볼이 빨갛게 부르터진 저녁놀.
다아 끝난 모양이다.
흉곽외과 뒷뜰에도 약명(藥名)들이 기적같이 부러져 있다.
내 이름도 어느덧 부러져 있다. 기적같이.
읍 기행, 현대문학, 1977
노향림 시인 / 고별(告別)
고별연극(告別演劇)이 상연(上演)되고 있다. 찬땀 흘리며 소멸(消滅)을 더듬는 너. 짚히는 것도 없다.
더듬는 손끝에 황량한 불빛이, 불빛의 등만이 부서지고 망가진 대사도 다시 부서지고
문득 너의 몸이 어둠을 만들어 끝난다.
끝났어 끝났어 소품들이 어깨를 죽이고 불빛들이 마음을 숙이고 있다. 객석 쪽에는 오로지 다리 꼬고 앉은 저 답답함들.
거센 바람소리도 자리 뜨고 더듬던 아픔도 자리 뜨고 빈 자리로서 우리들의
헤어짐이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읍 기행, 현대문학, 1977
노향림 시인 / 교외(郊外)
언덕에 오르면 몇 량(輛)의 낡은 시간들을 떼어 놓고 달아나는 화물차가 보였네.
풀섶 끝에 사르비아 꽃들은 시뻘건 피를 억 억 토(吐)해 내고
저 아래 골짜기로 주택(住宅)들이 한 무더기 니켈 주화(鑄貨)들로 쏟아져 있네.
산에는 창백한 햇볕이 하나 걸려서 제 뼈가 마르는 소리를 듣고 있네.
읍 기행, 현대문학,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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