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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고니 시인 / 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4.

김고니 시인 / 선

 

 

검은 선들이 ‘분할’을 하고 있다

 

산을 나누고

하늘을 나눈다

구름을

마을을

먼 길을 나눈다

 

선이 나타나기 전의 마을로 가고 싶다

이어진 선을 따라 가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끝을 찾는 게 쉬운 일인지 모른다

 

선에 작은 표지판이 매달려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표지판을 본다

‘위험’이라는 글자만 붉게 써 있다

 

선이 나누어 놓은 세상에서

길을 잃었다

 

 


 

 

김고니 시인 / 숨질

 

 

노인이 길 위에서 톱질을 한다

 

쓱싹 쓱싹

질서를 지키는 시계처럼

두 다리를 나무토막에 올려놓고

느리고 정성스러운 톱질을 한다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아흔,

우리 안늙은이는 여든 아홉.

죽지도 않고 살아서 자식들 고생만 시키네.

-할아버지 톱질을 참 잘하시네요.

-젊은 사람들은 못해.

톱질은 천천히 해야 하는 거라,

젊은 사람들은 급해서 톱질을 못해

 

.

 

쓱싹 쓱싹

급하지 않은 톱질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나무토막이

숨소리에  잘려 나간다

 

쓱싹 쓱싹

까만 다리 사이로

천천히 세월이 베어진다

 

 


 

김고니 시인

2016년 월간 《see》  추천 시인상을 등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달의 발자국』, 『냉장고를 먹는 기린』 ,『팔랑』과 공저 『첫눈 오는 날』이 있음. 2017년, 2019년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서울시인협회, 강원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