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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니 시인 / 선
검은 선들이 ‘분할’을 하고 있다
산을 나누고 하늘을 나눈다 구름을 마을을 먼 길을 나눈다
선이 나타나기 전의 마을로 가고 싶다 이어진 선을 따라 가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끝을 찾는 게 쉬운 일인지 모른다
선에 작은 표지판이 매달려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표지판을 본다 ‘위험’이라는 글자만 붉게 써 있다
선이 나누어 놓은 세상에서 길을 잃었다
김고니 시인 / 숨질
노인이 길 위에서 톱질을 한다
쓱싹 쓱싹 질서를 지키는 시계처럼 두 다리를 나무토막에 올려놓고 느리고 정성스러운 톱질을 한다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아흔, 우리 안늙은이는 여든 아홉. 죽지도 않고 살아서 자식들 고생만 시키네. -할아버지 톱질을 참 잘하시네요. -젊은 사람들은 못해. 톱질은 천천히 해야 하는 거라, 젊은 사람들은 급해서 톱질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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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싹 쓱싹 급하지 않은 톱질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툭 나무토막이 숨소리에 잘려 나간다
쓱싹 쓱싹 까만 다리 사이로 천천히 세월이 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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