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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한라 시인 / 환생의 계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5.

장한라 시인 / 환생의 계절

 

 

입 벌린 단화(短靴)의 결의는 절박하다

 

벌어진 밑창을 접착제로 붙이고

낡음이 내리는 거리로 나서자

눈부신 시절이었거나

쓸쓸했던 기억이

벚꽃터널 분명한 명암 속을 걷는다

 

들뜬 가슴으로도 견디기 힘든 날

절뚝거린 시대가 던진 질문에 침묵하고

정해진 보폭만큼

산다는 건 위대한 일

 

사는 척 익숙했던 밑바닥

매인 고리를 풀고

먼 길 홀로 가는데

서로 잊지 말자는 가난한 주인의 약속

신갈나무 가지마다

새순은 돋아나고.

 

격월간『PEN 문학』 2018년 3 ~ 4월호 발표

 

 


 

 

장한라 시인 / 고내 삼춘

 

 

비린 비바람

마르지 않은 고무옷에

파도의 높낮이 물살을 가늠하는

상군 해녀의 그렁한 눈망울

 

물질은 벗이 이서야 허는디

허여지민 허곡 못 허민 말주

게난, 경해도 살어지난

 

건져 올린 물숨의 시린 날들

테왁 망사리에 담아 돌아오는

올레길도 부표 같다

 

때론

돌담 사이에 걸어 놓고 싶은 날들

밥이 된 약봉지를 들고

 

물질은 벗이 이서야 허는디

허여지민 허곡 못 허민 말주

게난, 경해도 살어지난

 

계간 『열린시학』 2018년 겨울호 발표

 

 


 

장한라 시인

부산에서 출생. 1985년 김남조 시인의 사사를 받으며 시 입문. 2015년 첫 시집 『즐거운 선택』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9년 디카시집 『새벽을 사랑한다면』 상재.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9년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수상. 『부산펜문학』 편집장,  시전문지 『시와편견』 편집장.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