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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미정 시인 / 라,라,라,음의 목소리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5.

강미정 시인 / 라,라,라,음의 목소리

 

 

  칼금이 그어진 내 몸에

  주름진 손을 얹고 밤새 훈자 운 손

  너는 너를 너무 미워하는구나

  자기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좋다.

  라, 라, 라, 음의 목소리로 말하는 손

  통증을 견디지 못하는 헛손질의 내 손을 꼬옥 잡고

  잘 견뎌줘서 고마워, 고마워 웃던 손

  흥건히 땀을 쥐고 있던 손

  잃어버릴 것이 있으니 두려운 거야

  아기집도 내어주고 젖통도 내어주고

  간도 다 내어주고 나면 안 아프겠지 머

  젖은 수건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다 만진 손

  푹 꺼진 마음의 구석까지 쓰다듬던 손

  또 어떤 일이 닥칠까 내 손은 떨리는데

  내 마음은 두려운데

  다 주고나면 가벼워 질거야,

  라라라 음의 목소리로 얼굴을 씻어준 손

  눈물방울 하나하나 닦아 준 손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내 손을 잡아준

  손 라라라 웃으며 내 손을 놓지 않던

  그,

 

-강미정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문학의전당, 2008)

 

 


 

강미정 시인

경남 김해에서 출생. 1994년 《시문학》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시집으로는『상처가 스민다는 것』(천년의시작, 2003)과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문학의전당, 2008) 등이 있음. 현재 <빈터>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