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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시인 / Another year
딴 따단 딴 따단 딴 따 딴
메리는 두개골을 갈랐죠 돌이 된 벌레들이 기어 나왔죠 두엄처럼 향긋했어요 얕은 개울물에 헹궈 둑에 널어놓았죠 십 수 년이 그렇게 흘러갔죠
딴 따단 딴 따단 딴 따 딴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 볼래요? *
대낮 광장 한가운데 메리는 발가벗고 있었죠 번뜩이는 현관문을 잠근 채 또 십 수 년이 흘러갔죠
왜 항상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까*
메리는 머리통을 아예 으깨버렸죠 돌멩이로 봉숭아 꽃잎 짓이기듯 푸른 잎 속에 붉은 물이 깨어났죠
딴 따단 딴 따단 딴 따 딴
누구든 밥 한 끼는 줄 수 있죠
붉은 손톱이 계절 끝에서 다시 흰 달을 밀어내죠 메리는 주름 깊은 강물 파스 부친 듯 몸이 화했죠
무작정 나는 여기로 왔어요*
* 마이크 리(Mike Leigh)감독의 영화 <Another Year>에서
계간『포지션』 2019년 봄호 발표
이미상 시인 / 대형 냉장고
하수구, 부딪쳐 깨어지는 접시들, 식욕이 커지는 만큼 덩치가 커지는 아이들, 네 더듬이의 골짜기, 상자 속에 상자를 끝없이 들이미는 학원들, 아파트 방정식을 푸는 여자들, 사용해보지 못한 지갑 속의 팬티, 아이샤도우를 두른 나비 모텔, 식탁 위에 누운 알래스카 연어 알, 신포도, 허기로 가득 찬 얼음 속 투명함, 바늘로 자신의 슬픔 외엔 아무 것도 꿰맬 수 없는 밤, 포도상구균들의 주머니, 우유보다 빠른 조간신문, 전원을 차단해도 잠들지 않는 우주
시집 『좀 더 자렴』(포지션, 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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