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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 진눈깨비
누이동생이 죽은 아기를 낳던 날 밤 진눈깨비가 내렸다. 영농기계대금이 밀려 보건소 언저리에도 못 가보고 먹는 것이 부실하여 성한 몸뚱이로 크지도 못한 손바닥만한 목숨을 얼어 가는 풀뿌리 밑에 묻고 씻기지 않는 새벽 노을을 손에 묻힌 채 처갓집 더부살이 더욱 기 꺾인 매제는 도시락도 없이 재건조장 일을 나갔다. 앞브레이크 끊어진 녹 낀 자전거 바퀴를 말없이 굴리며 방고개를 넘어갔다. 아버지는 부러 얼어터진 연탄 보일러 얘기만 꺼내고 어머니는 연신 머릿수건을 고쳐 쓰고 계셨다. 비도 되고 눈도 되며 내리는 것들을 바람은 자꾸 얼리며 오고 언 땅 깊은 곳의 어둠을 퍼올리던 삽 한 자루 흙냄새를 바람에 씻으며 기대 서 있었다.
玆菅Ì 마을에서, 창작과비평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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