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시인 / 감새
감새 감꽃 속에 살아라
주렁주렁 감꽃 달고
곤두박질 살아라
동네 아이들 동네서 팽이 치듯
동네 아이들 동네서 구슬 치듯
감꽃 노을 속에 살아라
머뭇머뭇 살아라
감꽃 마슬의 외따른 번지 위해
감꽃 마슬의 조각보 하늘 위해
그림 없는 액자 속에 살아라
감꽃 주렁주렁 달고
감새,
먼 바다, 창작과비평사, 1984
박용래 시인 / 강아지풀
남은 아지랑이가 홀홀 타오르는 어느 역(驛) 구 내(構內) 모퉁이 어메는 노 오란 아베도 노란 화 물(貨物)에 실려 온 나도사 오요요 강아지풀. 목 마른 침목(枕木)은 싫어 삐 걱 삐걱 여닫는 바람 소리 싫어 반딧불 뿌 리는 동네로 다시 이 사 간다. 다 두고 이 슬 단지만 들고 간다. 땅 밑에서 옛 상여(喪輿) 소 리 들리어라. 녹물이 든 오요요 강아지풀.
아지풀, 민음사, 1975
박용래 시인 / 건들 장마
건들장마 해거름 갈잎 버들붕어 꾸러미 들고 원두막 처마밑 잠시 섰는 아이 함초롬 젖어 말아올린 베잠방이 알종아리 총총 걸음 건들 장마 상치 상치 꽃대궁 백발(白髮)의 꽃대궁 아욱 아욱 꽃대궁 백발(白髮)의 꽃대궁 고향 사람들 바자울 세우고 외넝쿨 거두고.
백발의 꽃대궁, 문학예술사, 1980
박용래 시인 / 겨울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싸락눈, 삼애사, 1969
박용래 시인 / 겨울산(山)
나는 소금 좌판(坐板) 위 주발이다 장날 폭설이다 지게 목발이다 헤쳐도 헤쳐도 산(山), 고드름의 저문 산(山) 새발 심지의 등잔(燈盞).
아지풀, 민음사, 1975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석정 시인 / 산(山)은 알고 있다 외 4편 (0) | 2020.01.03 |
---|---|
이은상 시인 / 임진강(臨津江)을 지나며 외 4편 (0) | 2020.01.03 |
신석정 시인 / 밤의 노래 외 4편 (0) | 2020.01.02 |
이은상 시인 / 옛 동산에 올라 외 4편 (0) | 2020.01.02 |
신석정 시인 / 대춘부(待春賦) 외 4편 (0) | 2020.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