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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은상 시인 / 임진강(臨津江)을 지나며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3.

이은상 시인 / 임진강(臨津江)을 지나며

 

 

임진강(臨津江) 밤 물결이 달 아래 굽이치며

여대(麗代) 풍류(風流)를 아뢰려 드는구나

송경(松京)이 남아 있으니 잠잠한들 어떠리

 

대(對)하여 말할 뉘 없고 조수어별(鳥獸魚鼈) 다 자는 밤에

강월(江月) 강풍(江風)이 빈 하늘에 깨어 있어

한(恨) 품은 나그네 하나 지나감을 보더라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 시인 / 자하동(紫霞洞)

 

 

선인교(仙人橋) 나린 물은 예같이 흐르는데

중화당(中和堂) 삼한국로(三韓國老) 그들은 어디 간고

자하곡(紫霞曲) 남은 장단(長短)만 추풍(秋風) 속에 들었더라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 시인 / 장안사(長安寺)

 

 

장(壯)하던 금전벽우(金殿碧宇) 찬 재 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興亡)이 산중(山中)에도 있다 하니 더욱 비감(悲感)하여라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 시인 / 절름발이

 

 

길 가다 문득 보니 어이한 절름발이

절―룸 절―룸 빈정대며 걸어가네

세상이 아니 고름을 비웃는 것 같구려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 시인 / 진달래 1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워 부끄러워

바위 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李殷相) 시인 / 1903∼1982

시조 시인. 호는 노산(鷺山). 경남 마산에서 출생. 마산 사립 창신 학교 고등과를 나와 1923년에 연희 전문 학교를 중퇴하고 일본에 유학, 와세다 대학 사학과에서 수업하였다. 그 후 월간지 '신생'을 편집했고, 1931년에 이화 여전 교수가 되었다. 광복 후 '호남 신문' 사장과 서울대,영남대 교수등을 지냈고, 1954년에는 예술원 회원에 선임되었다. 그 후 충무공 이순신 장군 기념 사업 회장, 민족 문화 협회장, 안중근 의사 숭모회장, 시조 작가 협회장 및 숙명여대 재단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1974년에 노산 시조 문학상을 제정하였고, 1981년에 국정 자문 위원에 위촉되었다.

[봄처녀] [옛동산에 올라] [가고파]등으로 고유한 전통의 시 형식인 시조의 현대화에 기여하였고, 1932년에 간행된 '노산 시조집'은 1920년대의 대두된 민족주의 문학의 시조 부흥론에 의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의 저서에는 '이충무공 일대기' '민족의 향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