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시인 / 별리(別離)
노을 속에 손을 들고 있었다, 도라지빛.
―그리고 아무말도 없었다.
손 끝에 방울새는 울고 있었다.
아지풀, 민음사, 1975
박용래 시인 / 불도둑
하늘가에 내리는 황소떼를 보다
흐르는 흐르는 피보래의 눈물을 보다
불도둑 흉벽(胸壁)에 울리는 채찍
―산 자(者)의 권리는 너무 많구나.
아지풀, 민음사, 1975
박용래 시인 / 불티
가을에 피는 꽃 겨울에도 핀다 할매가 지피고 돌 이가 지피고 노을 이 지피는 쇠죽가 마 아궁이, 아궁이 불 시새우는 불티 같은 사랑. 사랑사 겨울에 피는 가을 사르비아!
백발의 꽃대궁, 문학예술사, 1980
박용래 시인 / 산견(散見)
해종일 보리 타는 밀 타는 바람
논귀마다 글썽 개구리 울음
아 숲이 없는 산(山)에 와 뻐꾹새 울음
낙타(駱駝)의 등 기복(起伏) 이는 구릉(丘陵) 먼 오디빛 망각(忘却).
싸락눈, 삼애사, 1968
박용래 시인 / 삼동(三冬)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새어나는 불빛이여 늦은 저녁 상(床) 치우는 달그락 소리여 비우고 씻는 그릇 소리여 어디선가 가랑잎 지는 소리여 밤이여 섧은 잔(盞)이여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새어나는 아슴한 불빛이여.
싸락눈, 삼애사,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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