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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박용래 시인 / 열사흘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9.

박용래 시인 / 열사흘

 

 

부엉이

은모래

한 짐 부리고

부헝 부헝

부여 무량사

부우헝

열사흘

부엉이

은모래

두 짐 부리고

부헝 부헝

서해 외연도

부우헝

 

바다, 창작과비평사, 1984

 

 


 

 

박용래 시인 / 엽서(葉書)

 

 

들판에

차오르는

배추

보러 가리

 

길이

언덕

넘는 것

 

가다가

단풍

 

미류(美柳)나무버섯 따라가리.

 

싸락눈, 삼애사, 1969

 

 


 

 

박용래 시인 / 오류동(五柳洞)의 동전(銅錢)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坐板)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중국집 처마 밑 조롱(鳥籠)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輪廻) 끝

이제는 돌아와

오류동(五柳洞)의 동전(銅錢).

 

먼 바다, 창작과비평사, 1984

 

 


 

 

박용래 시인 / 요령

 

 

보리 깜부기

 

점점이

 

익는

 

갈기머리

 

늙은

 

등성

 

까치집 하나,

 

아스라이 둘

 

우러러

 

흰 수염이

 

불어예는

 

풀피리 끝

 

환(幻)이

 

풀리는 쌍무지개

 

솟구치는 상무 상무 잿불 꼬리 감기는 열두발 상무

 

가난이 푸르게

 

눈자위마다

 

밀리는

 

상둣군 요령(鈴)

 

아지풀, 민음사, 1975

 

 


 

 

박용래 시인 / 울안

 

 

탱자울에 스치는 새떼

기왓골에 마른 풀

놋대야의 진눈깨비

일찍 횃대에 오른 레그호온

이웃집 아이 불러들이는 소리

해 지기 전 불 켠 울안.

 

아지풀, 민음사, 1975

 

 


 

박용래 [朴龍來, 1925.8.14~1980.11.21] 시인

1925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 강경 상업고등학교 졸업. 1955년 《현대문학》에 시 〈가을의 노래〉외 2편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싸락눈』(1969), 『강아지풀』(1975), 『백발의 꽃대중』(1980) 등과 시전집 『먼바다』(1984)가 있음. 1961년 제5회 충남문학상과 1969년 시집 『싸락눈』으로 [현대시학] 제정 제1회 작품상과 1980년 제7회 한국문학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