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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광수 시인 / 가자, 장미여관으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8.

마광수 시인 / 가자, 장미여관으로!

 

 

만나서 이빨만 까기는 싫어

점잖은 척 뜸들이며 썰풀기는 더욱 싫어

러브 이스 터치

러브 이즈 휠링

가자, 장미여관으로!

 

화사한 레스토랑에서 어색하게 쌍칼 놀리긴 싫어

없는 돈에 콜택시, 의젓한 드라이브는 싫어

사랑은 순간으로 와서 영원이 되는 것

난 말 없는 보디 랭귀지가 제일 좋아

가자, 장미여관으로!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세계의 운명이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

커피는 초이스 심포니는 카라얀

나는 뽀뽀하고 싶어 죽겠는데, 오 그녀는 토론만 하자고 하네

가자, 장미여관으로!

 

블루스도 싫어 디스코는 더욱 싫어

난 네 발냄새를 맡고 싶어, 그 고린내에 취하고 싶어

네 치렁치렁 긴 머리를 빗질해 주고도 싶어

네 뾰족한 손톱마다 색색 가지 매니큐어를 발라 주고도 싶어

가자, 장미여관으로!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자, 장미여관으로, 자유문학사, 1989

 

 


 

 

마광수 시인 / 권태

 

아프지 않으면 권태롭다

 

전쟁이 아니면 평화

가 아니라 권태다

고생 끝에 낙

이 아니라 권태다

사랑 끝에 결혼

이 아니라 권태다

 

오르가즘은 없다

 

자, 장미여관으로, 자유문학사, 1989

 

 


 

마광수(馬光洙, 1951. 3.10~ 2017. 9.5)

1951년 경기도의 발안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1983년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음.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고구려, 당세풍의 결혼. 겁, 장자사 등 여섯 편의 시가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시문단에 데뷔. 문학이론서와 평론집을 출간해오던 그는 1989년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출간함으로써 세간에 화제를 모음. 《문학사상》에 장편 권태를 연재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1년 장편 『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되고, 교수이던 연세대학교에서도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복직됨. 2017년 타계.